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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금주의 무역인] 김진형 크래블 대표
자율주행 농기계로 인도네시아 팜 농장 혁신을 이끌다
2025.11.30.
‘발명을 즐기던 소년, 인도네시아 농업 혁신을 이끈다!’
김진형 크래블 대표의 스토리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발명상을 받은 김 대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팜 플랜테이션(팜 농장)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농기계 자율주행 키트를 적용하는 사업이다.
열악한 통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하는 난제가 있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인도네시아에만 수천 개에 달하는 팜 농장에 적용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농업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회사’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김진형 대표를 만났다.
● 타고 난 발명가
학창 시절 늘 ‘발명’과 함께 했다. 어려서부터 우산꽂이, 꼬치 등 다양한 도구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중학교 입학 후 발명 특설반에 들어갔다. 발명이 좋아서다.
그에게 ‘발명을 왜 즐겼느냐’는 질문에 “저에게는 ‘콜라가 왜 좋냐’는 질문과 유사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좋아한 수준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남달랐다.
중학교 때부터 발명대회에 나가서 큰 상을 여럿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미국에서 열린 로봇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했다.
덕분에 전액 장학금에 연구비를 받으며 대학 제어공학과에 입학했다.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로봇을 연구했고, 장관상·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 발명이 좋아 대기업 뛰쳐나와
대학 졸업 후 굴지의 통신사에 들어갔지만 4개월 만에 퇴사했다. 대학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고, ‘꿈’ ‘도전’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음성광고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이곳에서 시장 중심의 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년 안팎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은 김 대표에게 사업의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는 사업의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스타트업에서는 기술이 사용자에게 편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경험들이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는 데 자신감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 놀라운 아이디어 실행력
창업의 꿈은 언제나 그를 따라다녔다. 창업 직전인 2017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개인 사무실을 마련했다. 평일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연구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IoT·차량·로봇에 관심이 많았다”며 “차량 부착형 IoT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IoT 관제를 통해 차량이 고장이 나거나 손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알려주는 기술이었다.
그러던 중 농번기에 농기계들의 고장이 잦은 것을 알게 됐다. IoT 관제를 농기계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8년 크래블 창업을 결심하는 순간이다.
김 대표는 “지인이 운영하는 농기계 수리점을 방문했는데 농번기에 수리가 몰리는 것을 보고, 농기계 원격진단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한창 바쁜 시기에 농기계 고장으로 농가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자,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김 대표의 실행력은 남달랐다. 사업 첫해에 바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이듬해에 상용 제품인 농기계 원격진단 솔루션 ‘하이오비디(HiOBD)’를 출시했다.
1년여의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덕분에 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역 농기계 유통 대리점을 찾아갔는데 운이 좋게도 본사와 논의해 볼 것을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2년 차 스타트업이 역사 40여 년의 중견 농기계 기업인 K사와 비즈니스를 트는 계기였다. K사는 3~4개월의 기술 검증을 통해 하이오비디 도입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2년 동안 1,000여 대를 보급했다”고 밝혔다.
● 연이어 나온 혁신
김 대표는 하나의 상품에 만족하지 않았다. 바로 차기작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로봇 개발 경험을 살려 농기계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농기계를 만드는 A사가 농약 살포 차량의 자율주행화에 관심을 보였던 것. 김 대표는 A사와 개발 및 양산 계약을 맺고 1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쳤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사람이 운전하면서 농약을 뿌렸는데 이 과정에서 농민이 피해에 노출되곤 했다”며 “무인 살포기는 사람이 타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해결된다”고 소개했다. 개발기간이 짧아 과정이 순조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연구개발의 결과였다.
크래블 기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높은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독자 개발한 정밀위치보정(RTK) 기술과 관성항법시스템(INS)은 독보적이다. INS 부분의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이 수백만 원대인 데 반해 크래블 제품의 가격을 수십만 원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센서를 결합하고 여기에 전용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크래블만의 차별적 기술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개발진 전원은 1년여 동안 경기도 양평에 마련한 집에서 합숙하며 개발했다. 김 대표는 “기술적으로 구현은 가능했지만, 문제는 완성도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일반 트랙터에 부착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기 ‘OTOA-키트’를 후속으로 개발했다. OTOA는 ‘최적의 기술로 뛰어난 농업을 만든다(Optimal Technology, Outstanding Agriculture)’는 크래블의 비전이다.
김 대표는 OTOA-키트 개발 동기에 대해 “농업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보다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중요하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OTOA-키트로 국내에서만 매출 10억 원을 기대한다.
![]() ▲크래블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의 크래블 부스 전경. [사진=크래블] |
● 인니 팜 농장 혁신 앞장
크래블은 대기업 P사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팜농장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면적이 서울 절반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난제가 많다. 우선 통신환경이 열악하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통신환경이 요구된다. 크래블은 국내에서 검증된 자율주행 키트와 함께 현지에 LTE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검증은 마쳤다. 현재 사업화를 어떻게 할지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2대의 트랙터가 크래블의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해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말까지 실증을 진행한다”며 “성공적으로 결론이 난다면 다른 곳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팜농장 수는 수천 개에 달한다. 크래블의 잠재시장인 셈이다.
김 대표는 “5년 안에 아날로그 중심의 농장 운영을 첨단·자율화해, 작업 계획부터 비료 살포, 인력 관리 등 모든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농장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농장의 운영비 절감과 생산성 극대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표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업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크래블이 ‘농업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전했다.
출처: 한국무역신문
